
지난 4월 23일부터 일주일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체결을 위한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4)가 열렸다. 지금까지 국제법상 구속력이 있는 3대 협약은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사막화방지협약이다. 여기에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을 제한하는 협약이 곧 추가될 예정이다. 이 회의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협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회의 과정엔 유엔환경계획(UNEP)과 175개국이 참여할 정도로 파리협정 이후 최대 규모의 다자간 환경협약이자 가장 중요한 협약이다.
UNEP가 국제협약을 만들면서까지 플라스틱 규제에 나선 이유가 있다.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나온다. 석유는 연소 과정에서 탄소를 발생시켜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원인물질이다. 또한 플라스틱 폐기물이 해류를 타고 다른 국가로 이동하여 국제적인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 그런데 각국의 플라스틱 오염 대책은 일관성이 부족하고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통합적이고 일관된 글로벌 접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유엔 주도의 플라스틱 협약이 발효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플라스틱 빨대, 식기, 컵, 비닐봉지 등 일회용은 지금처럼 쉽게 사용할 수 없다. 생수, 음료수, 배달음식 같은 포장재는 어쩌나. 이뿐만 아니라 컴퓨터, 냉장고, TV, 휴대폰 등 각종 전자기기와 자동차, 의료용 장비 등 플라스틱이 사용되지 않는 물건을 찾기 어렵다. 다 무엇으로 대신해야 한다. 국가별로는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재활용되지 않거나 환경에 유해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제3세계에 수출 형식으로 버리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이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이 플라스틱 오염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기술도 지원하고 역량도 길러줘야 한다. 석유화학업계가 얼마나 위기를 느꼈으면 오타와 4차 회의에 유럽연합(EU) 대표단 180명보다 많은 196명이 등록했다는 후문이 있을까.
오는 11월 부산에서 플라스틱 협약문을 완성할 마지막 회의가 개최된다. 플라스틱은 기후재난의 다른 이름이다. 석유화학업계뿐 아니라 플라스틱 원료를 사용한 소비재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협약의 충격은 상품의 생산부터 소비, 폐기까지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협상 당사국으로서 우리 정부가 역할을 다하고 기업과 시민이 대비할 수 있도록 우리 언론의 경계경보를 기대한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