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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670조 플라스틱에 몰아치는 거센 규제, 한국기업 기회 잡나

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 2022-03-14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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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는 2021년부터 플라스틱세로 킬로그램당 0.8유로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중국도 2021년부터 일부 성이 일회용 플라스틱 식기와 비닐포장을 전면 금지했으며 이 조치를 2026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도 진보성향의 뉴저지주를 시작으로 2021년부터 식당과 식료품점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금지했다.

세계 플라스틱시장은 670조 원이 넘으나 거대한 시장에 먹구름이 짙어 곧 천둥과 번개가 내려쳐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다.

기업들은 어떻게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고 있을까?

기업의 대응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생분해 플라스틱, 즉 썩는 플라스틱을 만들려는 움직임이다. 인체에 무해한 물질로 쉽게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만들면 유해성 논란도 끝이 날 수 있다.

게다가 썩는 플라스틱으로 전환하면 탄소배출량을 작게는 20%에서 많게는 80%까지 감축할 수 있다고 하니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려는 움직임이다. 플라스틱을 갑자기 없앨 수 없다면 재활용을 통해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줄이는 게 현실적 답이 될 수 있다. 

셋째는 새로운 기능이 부가된 완전히 새로운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이다. 가볍지만 강철보다 강한 플라스틱이다. 

이번에는 썩는 플라스틱 얘기를 중점적으로 해보겠다. 

썩는 플라스틱시장은 현재 카길이 주도하고 있다. 카길은 세계 4대 곡물 메이저로 전세계 곡물 유통량의 40%를 통제한다. 연간 매출이 159조 원에 이르는 거대기업이다. 

카길은 당연히 주력상품인 곡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데 관심이 크며 썩는 플라스틱도 곡물의 활용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나왔다. 

카길은 2006년 화학기업 다우케미칼과 함께 네이처웍스를 설립하고 옥수수를 기반으로 하는 썩는 플라스틱 폴리젖산(PLA)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금 네이쳐웍스는 카길의 100% 자회사다. 

최근 네이처웍스의 PLA 가격은 킬로미터당 1.5달러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페트의 1.5~2배 수준이다. 일반 플라스틱에 비하면 확실히 비싸지만 친환경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도 볼 수 있다.

PLA는 포도당을 미생물에게 먹여 만들어진 젖산(LA)을 가공해 만든다. 딱딱하고 인체에 무해하고 토양에서 자연분해되며 태웠을 때 발암물질이 나오지 않아 플라스틱의 대명사인 폴리에틸렌과 페트 등을 대체할 차세대 플라스틱으로 여겨진다.

아직은 열과 충격에 약해 비닐봉투와 빨대 등 일회용 생활용품에 제한적으로 사용되나 다른 소재와 혼합해 강도를 높이는 등의 신공법이 계속 나오고 있다.

카길이 PLA 생산에 필수적인 곡물시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지니고 있어 PLA, 썩는 플라스틱시장에서 카길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카길의 자회사 네이쳐웍스는 본국인 미국은 물론 경쟁사가 거의 없는 한국 등지에서 PLA 수요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2021년에는 태국에 7.5만톤 규모 공장을 설립해 아시아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물론 카길에 맞서 PLA시장에 뛰어든 기업들도 있다. 

네덜란드 생명공학기업 코비온은 이미 연간 PLA 생산량이 7.5만 톤에 이르며 2024년까지 생산량을 10만 톤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향후 프랑스 석유화학기업 토탈에너지와 협력해 유럽 수요에 대응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BBCA는 이미 연간 생산량이 40만 톤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중국 내수시장을 장악한 뒤 장기적으로는 해외시장 공략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국내 사정은 어떨까?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는 2021년 7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바이오소재와 재활용, 신재생에너지를 석유화학사업의 성장축으로 육성한다고 밝혔다.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아크릴, 에탄올 등 전통적 플라스틱 제품을 주력으로 했는데 앞으로는 PBAT, PLA와 같은 썩는 플라스틱을 주된 먹거리로 삼겠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도 썩는 플라스틱시장에 관심이 많다. 다만 경쟁이 치열한 PLA보다는 PHA소재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사료의 원료인 아미노산시장 매출 1위 기업이다. 미생물 발효를 통해 표적물질을 추출하는 데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미생물에 포도당을 급여해 PLA나 PHA를 만들어내는 썩는 플라스틱 공정은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PHA는 가격이 킬로그램당 5달러 수준으로 비싸고 물성이 약해 PLA와 혼합, 식품용 비닐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바다에 투기해도 자연 분해된다는 대체불가능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썩는 플라스틱 등과 혼합해 생분해속도를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환경규제가 심하고 생분해 여부를 엄격하게 따지는 유럽시장을 공략하려면 PHA가 꼭 필요하다. CJ제일제당은 2022년부터 인도네시아 아미노산 공장에서 PHA를 연간 5천 톤씩 생산하기로 했다.

환경 규제와 사회적 압력에 대응해 플라스틱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이에 맞춰 국내 석유화학기업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670조 플라스틱시장에서 국내 화학기업들은 지금의 위상을 지켜낼 수 있을까?

다음 편에서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거나 재해석한 기업들을 알아보도록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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