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플라스틱 없이 미래를 살아갈 수 있을까. 반도체부터 섬유, 자동차 내장재 등 플라스틱은 20세기 기술의 진보를 주도하며 현대 문명을 ‘플라스틱의 시대’로 만들었다. 지금도 새로운 플라스틱은 계속 합성되고 진화하고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9월 18일자 표지는 비닐, 페트병 등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인 이란 북부 탈레쉬(Talesh) 지역의 매립지를 담았다. 잿빛 하늘과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는 인류의 ‘플라스틱 중독’에 경고를 보내는 것 같다.
첼시 로크만 캐나다 토론토대 환경및진화생물학부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팀은 전 세계 인구의 약 97%가 몰려 있는 173개국이 2016년 한 해에만 1900만~2300만t(톤)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바다로 흘려보냈고, 이는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의 11%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2018년 G7 정상회의에서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지의 55% 이상을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고, 204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을 100% 회수한다는 ‘해양 플라스틱 헌장(Ocean Plastic Charter)’을 채택했다.
연구팀이 203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현재 각국 정부가 세운 플라스틱 감축 계획이 제대로 지켜진다고 하더라도 최대 5300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가 지금 당장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기 위해 즉각적인 노력에 나서도 플라스틱 쓰레기가 계속 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이언스’ 7월 23일자에는 이미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실린 바 있다. 퓨 자선기금(Pew Charitable trust) 소속 위니 라우와 리처드 베일리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등이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팀은 204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의 80%가량을 감축한다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2040년 플라스틱 쓰레기가 7억1000만t 쌓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로크만 교수는 "플라스틱 공해는 전 지구적으로 모든 해양 생태계에 위협을 가할 것"이라며 "(203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의 예상 배출량을 낮추기 위해서는 현재의 플라스틱 경제 시스템을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