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플라스틱 재활용, 체계적인 유통망 부재가 걸림돌

플라스틱 분리수거만 잘한다고 재활용률 오를까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0-07-01 13:03:20
  • 글자크기
  • -
  • +
  • 인쇄

[환경미디어= 김명화 기자]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두 번째로 플라스틱 재활용을 잘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세분화된 통계시스템의 미비로 실제 수치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폐플라스틱에 대한 정확한 집계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문제로 인한 제2의 폐기물대란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70% 이상이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한 부분들을 살펴봤다.


가용자원 폐플라스틱 90%가 폐기

플라스틱 다소비국가인 우리나라는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이 132.7kg(2015년 기준)에 달한다. 환경부의 ‘제5차(2016~2017년) 전국폐기물통계조사’에 따르면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 중 69% 이상이 분리배출됐다. 그럼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재활용을 잘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2013년을 기준으로 독일의 재활용률은 65%, 한국은 59%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는 거리가 먼 통계상의 수치로,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의 경우 90%가 폐기되는 실정이다. 현재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흐름은 재활용 선별 업체에 머물러 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발표한 ‘2017년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을 보면, 분리배출된 플라스틱 쓰레기(합성수지류 및 발포수지류 포함)가 100% 재활용이 된 것으로 처리되고 있다. 선별 업체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넘기는 것만으로 모두 재활용 수치로 잡히기 때문에 실제와 다를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재활용 시스템은 날마다 쏟아지는 다량의 폐기물을 소화하지 못할 뿐더러 이물질이 묻어 있어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이 대부분이다. 또 재활용되더라도 플라스틱의 품질이 낮아져 반복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정확한 데이터베이스는 기본이지만 정확한 자료를 아무도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이나 재활용업체에선 재활용업체에 들어간 폐기물 중 30% 정도가 실제로 물질 재활용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 폭락에 플라스틱 재료값 ‘뚝’
정부는 10년마다 국가폐기물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제1차 계획이 수립되면서 종량제 및 분리수거가 시행됐다. 이후 유기성 폐기물 직매립 금지, 온실가스 감축·에너지절약 목표관리제,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 저탄소·녹색성장 기본법 제정, 자원순환기본법 제정 등 폐기물정책이 탄력을 받으며 세계적으로도 수준 높은 관리체계로 발전해왔다.


변화의 핵심은 폐기물이 가용자원으로 취급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자원순환형사회로의 지속가능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폐기물은 기본적으로 자원의 가치 하락에 의해 발생하므로 처리, 사용 용도의 변경 등에 의한 가치관리는 폐기물 관리의 중요한 요소이며, 폐기물이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 관리요소로 대두했다. 


이러한 기조를 이어 최근 정부는 2018년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하고 재활용률을 기존 34%에서 70%로 두 배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생산업체들의 자발적 업무협약을 통해 재활용하기 쉬운 포장재를 사용하기로 하고, 지난해까지 페트병을 무색으로만 생산하도록 품목별 포장재의 재질, 구조 등을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했다. 그리고 올해는 재활용이 어려운 폴리염화비닐(PVC) 등의 사용을 줄이거나 페트(PET) 등의 재질로 대체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로 폭발적인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 증가와 더불어 국제유가의 하락은 재활용폐기물 처리업체에 직격탄이 됐다. 막혀버린 수출길은 기약이 없고 쌓이는 폐기물량 처리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도 코로나19 팬데믹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며, 감염 우려로 재사용 물건이 갈수록 외면받으면서 플라스틱 생산은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재활용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생활계 폐기물 전담 행정부서 신설해야
환경부는 특단의 대책으로 지난달 7일부터 적체가 심한 재활용품목인 페트(PET) 재생원료에 대한 1만 톤 공공비축을 한국환경공단과 함께 실시했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서 환매 조건 선매입 방식으로 재활용업계의 자금 유동성 확보와 재활용품 유통 흐름에 물꼬를 틔워주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공동주택 재활용폐기물 수거 체계 안정을 위해 권고된 가격연동제는 전국 26.3%의 공동주택에서 매매단가를 평균 39.3% 인하(전년 동기대비 39.2% 인하 권고)해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폐기물처리 및 재활용업체들의 현장 얘기는 달랐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폐기물대란이 오지 않는 한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폐기물 재활용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공공수거체계로의 전환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폐기물 관리체계를 정비하고,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생산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 '에코 절취선' 적용 상품

 

환경전문가들도 우선적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재활용 정책의 청사진을 마련하고 생산부터 배출, 그리고 처리까지 물질이 순환되는 과정을 관리할 것을 주장한다. 이번에는 폐기물처리 과정 중 수집·운반 단계에서 거부됐으나 다음에는 선별이나 재활용 단계에서 수거를 거부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다시 말해, 생활계 폐기물을 전담 관리할 수 있는 전문 행정부서를 신설해 이 문제에 보다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폐기물 정책 ‘처리’서 ‘생산’으로
쓰레기 대란을 겪은 뒤 정부에서도 뒤늦게 국가 차원의 폐기물 관리시스템을 줄줄이 개편하고 나섰다. 지난해 ‘국가 폐기물 종합감시 시스템’과 ‘실시간 전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폐기물 이동 경로를 파악해 폐기물 처리업체가 몰래 폐기물을 투기하거나 선별‧재활용 업체의 재활용 실적 조작 등에 대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폐기물의 순환 중 ‘처리’ 과정에 해당하는 것으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폐기물 정책의 방점이 ‘생산’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무리 분리수거를 잘해도 재활용이 어려운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하여 학계에서도 폐기물이 어떻게 흘러가고 처리되는지 조사하는 물질순환분석이 우선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질순환분석은 플라스틱 등 폐기물을 하나의 자원으로 보고, 생산부터 물질 재활용‧에너지 회수까지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경기대 이승희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폐기물 재활용 현황은 (분리수거된 쓰레기가) 재활용 처리업체로 들어가는 것만으로 통계를 잡고 있어 실제로 폐기물들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통계자료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일본과 유럽처럼 폐기물이 물질로 얼마큼 재활용되는지, 에너지로는 얼마큼 회수되는지 분석한 데이터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생활폐기물 분야 R&D 지원 확대
폐플라스틱은 대부분 재활용이 가능하다. 포함하고 있는 재생원료는 재질선별과 이물질 제거 공정을 통해 새로운 원료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분리 선별 등의 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풍력, 정전기, 물을 이용한 비중분리 방법 등 다양한 기계적 분류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재질선별과 세척공정을 거친 폐플라스틱 조각들은 재생압출기를 통해 펠릿(Pellet)으로 만들어져 재생원료로 사용된다. 

 


재생원료의 활용범위는 쇼핑백, 지퍼백, 비닐장갑, 자동차 생활용품, 계단, 가드레일, 화분 등 무궁무진하다. 특히 최근에는 폐플라스틱에서 원사(실)를 뽑아 화이바(화학솜)를 만드는 기술이 활발하다. 또 폐아스콘도 친환경적인 공법을 통해 재생아스콘으로 거듭나고 있는 등 기술개발을 통한 특허출원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 만큼 수요도 증가하는 상황이지만, 문제는 체계적인 유통망의 부재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환경부 산하에 유통센터가 있어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따라 선별장에 위탁하고 유통센터는 회원들의 실적에 따라 지원금을 지급해오고 있으나 재활용 범위에 대한 정보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양한 재생원료로 거듭날 수 있는 비닐, 스티로폼, 플라스틱 용기 등이 제대로 분리수거되지 않은 채 소각이나 매립 등으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체계적인 유통망 확립이 시급한 이유다.

 

환경전문가들은 현 EPR제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원인인 인구밀도, 폐기물 관리역사, 재활용물질 시장가치, 환경의식 등을 아우르는 정책 방향의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상품 제조 및 유통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EPR제외 상품을 최소화해 EPR제도 참여자의 상대적인 불이익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EPR제도와 기타 폐기물관리제도가 서로 시너지효과를 일으킬 수 있도록 정밀하게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재질·구조 개선제도의 개정, EPR 대상의 제품군 분류 및 품목 조정의 필요성, 포장폐기물 재활용부과금 제도의 개선, EPR 관련 통계 및 수출제도 개선 등이 꼽힌다. 다만, 선별 또는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구조 제품의 사용증가와 정확한 분리배출 비활성화, 1인 가구 및 온라인쇼핑, 배달 등 소비문화 변화로 인한 일회용품 사용량 급증 증가 등이 EPR제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또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이 증가하고 재활용 비용은 증가하나 재활용품 가격은 하락하는 시장경제의 흐름으로 선순환이 안 되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자원순환유통센터 관계자는 “환경 분야의 총 R&D사업 중 생활폐기물 분야 R&D는 약 3%에 불과하다”며 “재활용업계 영세성을 고려한 전문적 기술지도 및 신기술 사업화 등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