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플라스틱 어택 
입력 : 2019-12-23 00:00
수정 : 2019-12-25 00:00

과도한 포장재를 뜯어 매장에 버리는 운동

과대포장 문제점 제기…전세계 확산

농식품분야 포장기법 표준화 등 필요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이란 과도한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를 유통업체 매장에 버리고 오는 운동이다. 지난해 3월 영국의 소도시 케인샴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유럽을 넘어 미주·아시아로 확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시민들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플라스틱 어택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상품의 품질유지와 무관한 과대 포장재를 직접 뜯어내면서 얼마나 많은 포장재가 불필요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한다.

이 운동은 소비자들이 과대포장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제조·유통 업체에 해결책 마련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전세계에 확산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받는 이유다. 플라스틱 어택의 영향으로 유럽과 미국의 유통업체들은 100% 재활용되거나 생분해되는 재질의 포장재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플라스틱 어택은 포장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 심화와 과다한 포장비용에 따른 제품가격 상승, 자원낭비 등 과대포장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화려한 포장으로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저해하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포장 관련 비용은 3조8000억원으로 국가 전체 물류비의 2.3%를 차지한다.

과대포장은 농식품분야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1인가구의 증가로 과거 벌크형태 위주의 판매에서 최근에는 소포장 농산물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 컵과일·세척농산물과 같은 신선편이 농산물 소비확대도 과대포장을 유발하고 있다. 선물용 상품의 경우 화려한 겉·속 포장으로 막대한 포장비가 발생한다. 최근 확대된 냉장유통시스템(콜드체인시스템)과 온라인 배송시장도 과대포장의 원인이 되고 있다.

농식품 포장의 합리화는 환경보호뿐 아니라 유통비용 절감에 따른 농가소득 향상, 소비자 후생증대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농식품 포장은 판매확대라는 마케팅 기능을 하는 만큼 자칫 정부주도형 포장개선이 판매부진을 유발해 농가소득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농식품 포장개선은 이러한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실효성 있는 대책 중심으로 추진해야 한다.

농식품 포장 합리화를 위해서는 먼저 품목별로 표준화된 포장기법이 개발·보급돼야 한다. 농식품의 외형을 보호하고 품질을 효과적으로 유지하면서 포장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포장기법을 개발해 현장에 보급해야 한다. 포장재질·포장강도 등 현장에서 참고할 만한 정부의 표준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

재활용되거나 생분해되는 포장자재 역시 적극적으로 개발해 활용해야 한다. 소포장의 경우 기존 플라스틱을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교체해야 하지만 포장비용 상승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포장비 상승은 농가나 영세 유통조직에 상당한 경영부담을 주는 만큼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에 따른 포장비용 상승분을 산지유통조직 등에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과시형 선물포장에 대한 적절한 규제도 수반돼야 한다. 과일 선물포장의 경우 네트·팬캡·난좌·띠지 등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등 과대포장문제가 심각해 규제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선물용 포장은 생산자·유통업체의 판매실적과 연관된 만큼 규제가 쉽지 않지만, 비용절감과 환경보호 측면에서 자율적 협약과 같은 과당경쟁 회피방안을 업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농가와 유통업계에게 포장개선은 수익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다. 따라서 정부는 생산자·소비자·산지유통조직·유통업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동환 (안양대 교수·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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