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이용해 소비자 기만"…규제 어려운 '그린워싱' 기업

기사승인 2023-04-06 06: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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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세진 기자

친환경적이지 않으면서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기업들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 매년 논란이 되면서 정부는 이와 관련 규제 가이드라인 마련 등에 착수했다. 다만 업계는 가이드라인을 어느 선까지 허용하고 안할지 기준 잡기가 어려울 거라며 우선적으로 기업들의 자정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그린워싱 사례로 매번 도마 위에 오른다. 스타벅스는 주요 기념일이 있을 때마다 새로운 상품을 출시, 고객의 수집 욕구를 자극해 신제품 구매를 유도한다. 이에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인 텀블러 판매가 오히려 환경 파괴에 일조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플라스틱이 주로 사용되는 텀블러 특성상 탄소 저감에 영향을 주려면 수백 번 재활용해야 한다.

스타벅스 텀블러 구매 경험이 있는 김모씨(33)는 “스타벅스가 커피업계 1위 대기업으로써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경영을 내세움으로 인해 시장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우리나라만 그런 건지 지나치게 많은 굿즈들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만들어진 제품 대부분이 플라스틱인데 이를 두고 친환경적인 행보라고 보는 것이 맞는건 지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스타벅스가 2019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판매한 텀블러는 약 1126만개였다. 연도별로는 2019년 약 266만개, 2020년 약 298만개, 2021년 약 303만개, 2022년 9월까지 약 259만개로 나타났다. 

판매 종류도 다양하다. 스타벅스는 머그컵과 액세서리류 등을 제외한 텀블러만 연평균 448종을 판매했다. 2019년 404종, 2020년 373종, 2021년 557종, 2022년 9월까지 460종이었다. 이 수치는 같은 종류여도 색상이나 크기가 다른 텀블러는 각각 집계한 것이다.

코카콜라와 H&M도 각각 기후협약 후원과 친환경 의류 마케팅을 이유로 그린워싱 논란을 겪었다. 1년에 1200억개에 달하는 일회용 플라스틱병을 생산하는 코카콜라는 지난 2021년 11월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후원사로 나서면서 마케팅으로만 친환경 행세를 한다고 비판받았다. 

H&M은 일부 의류에 친환경 라벨을 붙여 판매했으나 해당 제품이 친환경과는 관계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화장품 판매업체 이니스프리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0년 이니스프리는 ‘안녕, 나는 종이병이야’(Hello, I am paper bottle)라는 문구가 적힌 화장품을 판매했는데 실제론 제품이 플라스틱병에 담겨있다는 게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직장인 박모씨(27)는 "그린워싱은 기업 이익을 위해 환경을 이용하는 행위다. 이는 소비자 기만이기도 하다“며 "해당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학생 최모씨(22)도 "일부 부도덕한 기업으로 인해 실제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기업마저도 타격을 받곤 한다"며 "ESG경영이 화두인 만큼 친환경 사업을 펼치는데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지속적으로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상 기자

이같은 논란이 계속되자 환경부는 현재 그린워싱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가이드라인은 오는 10월 마련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산업계 관계자와 기후솔루션·녹색소비자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 환경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전담 작업반을 꾸리고 그린워싱 규제 방안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어떤 홍보 활동에 대해 어느 선까지 허용할지 정하는 것이 작업반의 역할이다.

또 공정위는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 개정을 준비 중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에 심사지침 개정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지침은 공정위 예규로, 부당한 표시·광고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다만 학계에서는 그린워싱 규제 가이드라인 마련은 쉽지 않을 거라며 업계의 자정 노력을 우선적으로 요구했다. 이은희 교수(인하대 소비자학과)는 “처벌은 둘째 치고 그린워싱 가이드라인을 어느 선까지 인정하고 하지 않을 것인지 정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더군다나 환경단체, 소비자단체, 기업의 목소리가 각각 달라서 타협점을 찾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똑똑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현재 소비자들은 가치 소비를 함으로써 특히 친환경 부분에 관심이 많다. 일부 소비자들은 그린워싱 사례들을 모아서 해당 기업을 불매하기도 한다”며 “기업들은 친환경을 이용해 수익극대화를 하려 하지 말고 관련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투자함으로써 효과를 내고 이후에 이를 활용한 마케팅을 하는 쪽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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