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배출 옆에 ‘재활용 어려움’? [에코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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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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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상은 기자/게티이미지뱅크


물건 버리기 전에 확인하는 삼각형 분리배출 표시, 이제 익숙하시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모양 옆에 ‘재활용 어려움’ 문구가 생겼다는 거 눈치채셨나요?

분리배출 표시는 있는데 재활용이 어렵다니, 그럼 일반 쓰레기로 버리라는 건가 헷갈리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실제로 온라인에선 ‘재활용 어려움 표시도 분리배출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죠. 이 문구는 왜 생긴 건지, 대체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에코노트]가 한눈에 정리해드립니다.

‘재활용 어려움’은 ‘등급’ 표시… 분리배출은 평소대로
'재활용 어려움'이 표시된 포장재의 분리배출 방법을 물어보는 인터넷 게시물.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재활용 어려움’이 쓰여 있는 제품은 재활용이 얼마나 잘 되는 재질·구조인지 평가했을 때 가장 낮은 등급을 받은 제품입니다.

환경부는 2019년 12월 재활용 용이성 등급을 ①최우수 ②우수 ③보통 ④어려움 4단계로 나누고, 이중 ‘어려움’ 등급을 받은 포장재는 ‘재활용 어려움’을 표기하도록 의무화했어요. 등급을 평가하고 계도 기간을 거치느라 실제 이 표기가 쓰인 건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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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이 낮다고 해서 ‘분리배출 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소비자들은 ‘재활용 어려움’ 문구가 있어도 분리배출 표시에 따라 평소처럼 재질별로 분리배출 해야 해요.

그럼 헷갈리게 왜 이런 말을 넣었냐고요?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 또 하나는 기업의 변화를 끌어내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소비자가 제품 구매 단계부터 재활용 등급을 확인할 수 있다면 좀 더 친환경적인 제품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생깁니다. 그러니까 소비자로선 물건을 버릴 때보다 물건을 살 때 ‘재활용 어려움’ 표시가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기업들은 ‘재활용 어려움’을 표기하지 않기 위해서 친환경 포장재를 연구하고 바꿔나갈 겁니다. 제품에 ‘재활용 어려움’이 쓰여 있으면 기업 이미지에도, 매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받으면 기업이 재활용사업공제조합에 내는 ‘재활용 분담금’도 20% 할증됩니다. 재활용 처리 비용을 더 많이 낸다는 건데요.

우리나라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에 따라서 재활용 의무 대상 품목을 생산하는 기업이 폐기물을 일정량 회수·재활용해야 합니다. 다만 기업들이 폐기물을 직접 수거하고 재활용하기 어려워서 공제조합에 분담금을 내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죠. (분담금은 재활용 의무량에 따라 매년 책정됩니다) 공제조합은 이 돈을 재활용 사업자 지원 등에 사용합니다.

올해 새로 생긴 ‘이 표시’ … 일반쓰레기로 버리라고?



‘재활용 어려움’ 외에 여러분이 궁금해할 만한 표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올해부터 도입된 재활용 불가 표시입니다. 삼각형 분리배출 표시에 사선이 그어진 모양인데, 이 표시가 들어간 제품은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합니다.

이 표시의 정확한 이름은 ‘도포·첩합’이에요. 여러 재질이 섞여 있거나 붙어있는 경우를 뜻하죠. 이런 포장재는 재질별로 분리할 수 없다 보니 재활용 선별장에서 폐기물로 처리됩니다. 그래서 배출 단계부터 일반쓰레기로 버리도록 재활용 불가 표시를 새로 만든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종이팩에 분리할 수 없는 중량 10% 이상의 플라스틱 마개를 부착한 포장재 ▲페트병에 분리 불가능한 금속 스프링 펌프를 사용한 경우 ▲합성수지에 분리가 안 되는 금속 접착제를 붙인 포장재 ▲합성수지에 탄산칼슘 등 다른 재질을 혼합한 포장재 등이 해당합니다.

만약 샴푸통처럼 펌프와 용기가 분리되고, 용기는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이라면 펌프에 따로 재활용 불가 표시를 넣어야 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앞서 이야기했듯 재활용 의무 대상 품목을 생산하는 기업은 재활용 분담금을 지불합니다. 이렇게 낸 돈은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겠지요. 결국 소비자는 제품을 살 때 재활용 비용까지 함께 지불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분리배출 금지 표시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재활용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제품과 포장재는 처음부터 생산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에코노트]는 지난해 6월 OTHER 분리배출 방법을 다룬 기사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분리배출 표시가 있다면, 소비자는 원칙대로 분리배출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재원과 제도 마련을 통해 재활용 방법을 찾는 것, 그것이 기업의 변화를 앞당기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비자가 진짜 알고 싶은 건 ‘재활용이 안 된다’는 정보가 아니라 ‘분리배출하는 내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는지’에 대한 답이니까요.

(골칫거리 ‘OTHER’, 재활용 방법이 없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5917174&code=61171811)

‘환경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죠?’ 매일 들어도 헷갈리는 환경 이슈, 지구를 지키는 착한 소비 노하우를 [에코노트]에서 풀어드립니다. 환경과 관련된 생활 속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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