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패키징 전쟁①]갓 지은 '즉석밥'·보글보글 '간편식 찌개'ㆍ화덕서 구은 '냉동피자'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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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4.03. 오전 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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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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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포장시장 규모 1000조원 돌파 …국내는 44조원 '연 3% 성장'
간편식 소비 늘고 소비자들 눈높이 높아져 '패키징 역할 중요'
식품업체, 패키징 기능성 ·친환경 소재 등 강화 후 글로벌 사업 확대
CJ제일제당 패키징담당 연구원이 가정간편식 제품을 대상으로 열화상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 언제 어디서나 맛있는 음식을 안전하고 편하게, 신선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비결은 '포장(패키징)' 기술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안전하고, 신선하게 지켜내는 식품 보존의 포장 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포장 기술력이 식품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최대 경쟁력이 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식품으로 승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다. 이른바 '패키징 전쟁'의 개막이다. 국내 패키징 산업을 이끌고 있는 식품ㆍ음료업체들은 물론 포장전문업체의 기술 개발 현황에 대해 총 5회에 걸쳐 살펴본다.

식탁에 올라온 갓 지은 듯한 즉석밥, 냉장 보관이 필요하지 않은 국ㆍ탕찌개. 봉지째 돌릴 수 있는 라면과 수프 등의 간편식. 아침에 배달되는 신선한 우유와 주스. 화덕에서 방금 구운 듯한 냉동피자.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포장(패키징)이다. 이제 포장은 단순히 음식을 감싸는 '봉지'가 아니다. 포장의 위상은 식품의 세계보다 한층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국내 포장산업 시장 2020년 56조 …기술 개발 경쟁= 먹거리가 다양해질수록 내용물만큼이나 포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간편하면서도 위생적인 용기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포장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패키징기술센터에 따르면 국내 포장시장은 2010년 16조원에서 2015년에는 24조원으로 8.2% 성장했다. 지난해 44조2000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2020년 국내 포장산업의 시장 규모는 5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세계적으로도 포장재 시장은 급격히 커지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미더스 파이라의 집계 결과 2015년 기준 세계 포장 시장 규모는 988조원이었으며, 지난해에는 1000조원을 돌파한 1030조원에 달했다.

국내 포장재 기술은 도요세이칸(東洋製缶)과 같은 일본 포장 전문 회사의 노하우를 빌려왔지만 수년전부터 한국 식품에 맞는 포장이 개발되면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식품 포장 기술이 집중 조명을 받게 된 계기는 바로 즉석밥의 등장이다. 1996년 CJ제일제당의 햇반이 출시되면서 즉석밥 시장은 획기적인 전기를 맞았다. 햇반은 무균 포장 기술을 도입해 상온에 밥을 놔둘 수 있는 시간을 무려 6개월로 늘렸다.

이 기술의 핵심은 즉석밥 안에 일체의 미생물이 들어갈 수 없도록 포장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밥을 짓는 취사부터 포장재에 밥을 넣은 후 포장 과정까지 모두 엄격하게 무균시설 안에서만 진행한다. 밥공기 역할을 하는 보관 용기는 산소를 차단하기 위해 3층 구조로, 뚜껑 노릇을 하는 비닐은 4겹으로 만들었다. 평범한 식품 공장과는 달리 반도체 공장 수준의 깨끗한 시설(클린룸) 등을 갖춰야 하기에 당시 초기 설비 투자비만 100억원 이상이 들었다.

이후 다양한 음식의 포장재가 조명을 받으며 식품업체들의 포장 기술 개발도 한층 활발해졌다. 식품업계가 포장에 투자하는 비용은 평균 전체 생산비의 4% 정도. 콜라나 사이다, 우유 등의 음료업체는 평균 전체 생산비의 50% 이상을 쏟아 붓는다. 맛과 선도를 유지하는데 식품 포장은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김용환 CJ제일제당 패키징담당 부장은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패키징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특히 국내 식품업체들이 매출 확대를 위해 글로벌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포장 자체의 기능성은 물론, 친환경 소재와 디테일까지 챙겨야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대상 청정원의 가정간편식 브랜드 '휘슬링쿡'.


◆가정간편식, 패키징 진화 앞당긴다= 가정간편식은 제품 본연의 맛을 살리고 조리를 간편하게 해주는 식품 포장 기술의 진화를 이끌고 있다. 과거 포장 기술이 단순히 제품 신선도와 맛을 오래 보존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 이제는 쉽고 간편한 조리법과 함께 음식 본연의 맛을 얼마나 잘 살리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간편식 패키징 분야가 포장 기술 개발 경쟁의 승부처로 떠올랐다.

간편식을 내놓은 식품업체들은 자신만의 포장 기술을 속속 선보이면서 시장 확대를 이끌고 있다. 대상 청정원이 2015년 출시한 프리미엄 간편식 '휘슬링쿡'은 요리의 완성을 휘슬소리로 알려 주는 획기적인 제품으로 간편식 패지킹 기술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 국내 간편식 시장은 즉석밥이나 볶음밥 등의 가공밥과 손쉬운 조리를 돕는 파스타소스, 그리고 한식의 기본이 되는 국탕찌개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휘슬링쿡은 이러한 기존 간편식 시장에 가정식의 메인 요리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제시했다. 휘슬링쿡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최초 'CV(Cooking Valve)시스템'을 통해 집에서 갓 요리한 것 같은 신선한 맛과 식감, 모양을 그대로 담았다는 점. 제품 용기 덮개에 쿠킹밸브를 부착, 제조 과정에서 쿠킹터널을 통해 재료를 단시간 내에 빠르게 조리해 열에 의한 원재료의 손상을 최소화했다. 또 진공포장을 통해 요리의 맛과 신선함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게 했다.
CJ제일제당 고메 상온간편식 4종.


CJ제일제당은 고급 간편식 브랜드 '고메'의 첫 상온 제품을 출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냉동 간편식과 달리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제품군으로 그동안 CJ제일제당이 축적한 '햇반'의 포장 기술을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용기 바닥을 오목하게 만들어 전자레인지 전자파가 음식 중심부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산소유입 차단과 같은 새로운 첨단 기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샘표의 '회간장'과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치'가 대표적인 제품. 전자레인지용 용기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오뚜기와 농심이 전자레인지 조리가 가능한 용기면(컵라면)을 선보였고, CJ제일제당도 '전자레인지용 간편식'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임봉진 동원시스템즈 연포장연구소장(상무)은 "간편식 소비 트렌드 속에 편리성 및 보관성, 제품의 맛과 신선도 유지를 위한 기술이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며 "포장기술이 앞으로는 식품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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