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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남긴 역설②](현장) 1회용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지만…쓰레기는?


입력 2020.09.10 07:00 수정 2020.09.09 15:53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정부, 감염 우려에 커피전문점 등 1회용품 사용 규제 완화

수도권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 취식 불가, 포장‧배달에 1회용품 사용↑

모바일 장보기, 배달음식 주문 급증에 플라스틱 용기, 포장재 배출도 급증

9일 서울 여의도 인근. 점심을 먹은 직장인들이 음료가 담긴 1회용컵을 들고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다. ⓒ데일리안 최승근기자 9일 서울 여의도 인근. 점심을 먹은 직장인들이 음료가 담긴 1회용컵을 들고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다. ⓒ데일리안 최승근기자

“일하는 사람은 적은데 한 번에 손님들이 몰리면 1회용컵을 안 쓸 수가 없어요.”


9일 오후 1시경 서울 마포구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적용 중이지만 점심식사 후 찾은 직장인들로 여전히 붐볐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는 매장 내 취식이 불가능하다 보니 직장인들은 삼삼오오 1회용 플라스틱컵에 주문한 음료를 담아 가게를 빠져나갔다.


인근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포장해 가게를 빠져나갔지만 일부 매장에 자리를 잡은 손님들도 1회용 플라스틱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환경부는 2018년 8월 1일부터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1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머그컵 등을 통해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높아지면서 올 2월부터 손님이 요청하는 경우에 1회용컵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이날 둘러본 5곳의 개인 카페에서는 모두 매장 내에서 1회용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기자가 음료를 주문했을 때도 1회용컵 사용 여부를 묻지 않고 자연스럽게 플라스틱컵에 음료를 담아 줬다.


9일 서울 마포구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시민들이 1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있다.ⓒ데일리안 최승근기자 9일 서울 마포구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시민들이 1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있다.ⓒ데일리안 최승근기자

1회용컵 제공 이유를 묻자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생도 줄인 상황이라 점심시간 때 손님들이 한 번에 몰리면 머그컵을 제공하기 어렵다”며 “최근에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늘면서 먼저 1회용컵에 달라고 요청하는 손님들도 많다”고 답했다.


점심시간 단체 손님들이 휩쓸고 간 카페 인근에는 마시고 버린 1회용컵이 잔뜩 쌓여 있었다. 일부는 먹다 남긴 음료가 채워져 있었다. 카운터 뒤쪽에는 사용 후 남은 1회용컵만 담긴 비밀봉지가 여럿 있었다.


1회용품 사용량은 가정에서도 크게 늘고 있다. 직장인 재택근무 확대와 초중고 원격수업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배달음식 수요가 크게 급증한 영향이다. 여기에 대형마트 대신 모바일 장보기가 생활화되다 보니 냉동, 냉장 식품 보관을 위한 아이스팩이나 충전재, 포장재 등 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파트에서도 음식을 담았던 플라스틱 용기와 택배 상자, 비닐 등 쓰레기 배출량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분리수거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재활용률을 여전히 낮은 편이다.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 관리원은 “단지 내 안내문이나 방송 등을 통해 계속 계도를 하면서 택배 상자와 스티로폼 상자에 테이프나 송장을 제거해 내놓는 세대는 늘었다”면서도 “아직까지 생수병 분리수거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제대로 분리수거가 안 되면 수거업체에서도 가져가려고 하지 않아 난감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배출한 1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거업체가 실어가는 모습.ⓒ데일리안 최승근기자 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배출한 1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거업체가 실어가는 모습.ⓒ데일리안 최승근기자

서울시는 지난 7월부터 비닐·투명페트병 분리배출제를 본격 시행하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 음료‧생수용 투명 페트병은 일반 플라스틱과 분리해 전용 수거함에 배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비닐 라벨지를 제거하고 병뚜껑은 일반 플라스틱으로 배출하고 페트병만 별도로 모아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시민들이 많아 여전히 분리배출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국내에서 활용하는 재생 페트는 대부분 일본, 대만 등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재생섬유 등 생산을 위해 수입하는 폐페트병만 연간 2만톤이 넘는다.


재생 페트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페트병에 붙어있는 종이나 비닐 라벨이 완벽하게 제거돼야 하는데 국내에서 배출되는 대부분의 페트병은 그렇지 못한 탓이다.


최근 들어 라벨을 뜯기 쉽게 제작하거나 아예 라벨을 없애고 병에 프린트를 하는 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재활용 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페트 물량이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한 실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음료나 식품업체들이 친환경 경영의 일환으로 플라스틱 페트병 무게를 줄이거나 생분해성 원료를 사용해 제작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재활용률이 낮은 상황”이라며 “기업들의 노력과 함께 제대로 된 분리배출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대한 지속적인 캠페인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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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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