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위생·안전 우선 탓 규제 완화 속 사용량 급증
"과도한 위생 마케팅 지양·재활용률 제고 방안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은 일회용품 사용 경각심을 180도 뒤집어 놓았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개인위생과 안전이 최우선 순위에 놓였고, 일회용품 사용이 대안처럼 떠오르고 있다. 방역품으로 택한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제품 증가는 토질, 수질, 바다 등 환경오염의 주범이 돼 결국 우리에게 돌아온다. 이에 자원순환업계는 코로나19 사태를 일회용품 사용 기준을 재정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 지난 3월 코로나19로 배달음식 소비 등이 증가하면서 일회용품 배출량이 늘어남에 따라 광주광역시 북구청 직원들이 재활용품 선별장을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광주 북구청
▲ 지난 3월 코로나19로 배달음식 소비 등이 증가하면서 일회용품 배출량이 늘어남에 따라 광주광역시 북구청 직원들이 재활용품 선별장을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광주 북구청

◇일회용품 규제 완화 = 지난 2월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자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규제 제외대상을 확대하고, 지자체별로 실정에 맞게 운영하도록 했다. 감염병 경계 수준 이상의 경보 발령 시 지자체장은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제외할 수 있다는 자원재활용법과 환경부 고시에 근거한 것이다.

도내 지자체는 일제히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 등 식품접객업소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편리성에 감염 대비라는 명목이 보태지자 카페에서는 일회용 컵 사용이 다시 일상화되고, 식당에서도 일회용 나무젓가락과 종이컵을 다시 꺼내놓고 있다. 대형 가맹 커피점인 스타벅스는 매장 내 개인 컵 사용을 일시 중단했다.

지난 4·15 총선 투표 때는 전국 1만 4300여 개 모든 투표소에서 일회용 비닐장갑이 사용됐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투표율 100%를 가정할 때 63빌딩 7개 높이인 총 8800만 장의 비닐장갑이 몇 분 만에 쓰고 버려진다고 경고했다.

환경단체는 개인 장갑 사용을 제안했지만, 방역당국은 일회용 비닐장갑 사용이 더 안전하다고 밝혔다. 택배나 배달 음식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일회용 식기와 포장재도 늘고 있다.

창원시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재활용품 선별장의 계근량 변화는 없지만 부피는 늘어났다"며 "정확한 통계를 내긴 어렵지만, 상업지역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줄고 단독주택 배달 그릇, 택배 포장재 쓰레기가 늘어난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용 규제가 완화된 일회용 커피잔.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용 규제가 완화된 일회용 커피잔.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21대 총선이 치러진 지난달 15일 서울지역 한 투표소에 투표 뒤 버려진 일회용 비닐장갑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연합뉴스
▲ 21대 총선이 치러진 지난달 15일 서울지역 한 투표소에 투표 뒤 버려진 일회용 비닐장갑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연합뉴스

◇과도한 '위생 마케팅' =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되기 전까지 일회용품 사용으로 인한 환경 문제보다 '완전한 방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2022년까지 일회용품 사용량을 35% 이상 줄이는' 등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중장기 단계별 계획을 수립했지만, 현 상황에서는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과도한 '위생 마케팅'을 우려했다. 홍 소장은 "쓰레기 대란, 플라스틱 환경 문제가 불거지면서 값싸고 편해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민의 방역·위생 요구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무조건 쓰지 말자고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일회용품 사용이 마치 대체할 수 없는 대안인 것처럼 위생 마케팅이 전방위로 확산할 것이 염려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매장 내 위생관리 허점을 찾고 다회용품 사용에 대한 일말의 찜찜함도 남아 있지 않도록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식품진흥기금(위생관리시설개선자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식품접객업소 내 자외선살균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논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페 등에서 쓰는 일회용품 플라스틱 원재료는 PE(폴리에틸렌), PS(폴리스티렌) 등 환경호르몬이 다양하게 섞여있다. 원재료별로 재활용이 되는데 수거업체에서 인건비를 따로 들여 분리·선별하는 구조다. 일회용품 수거량은 늘지만, 재활용률은 30%를 넘기지 못한다.

수도권 내 3000여 개 커피점 일회용품을 수거하는 ㄱ 대표는 "일회용품 사용을 피할 수 없다면, 재활용률을 높이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장 밖으로 나가는 일회용품은 99% 재활용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면서 "일회용품을 제조할 때 재활용을 고려해 재질을 단일화하고 형형색색이 되지 않도록 법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시장 논리로 바뀌지 않고 있다. 일회용품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면, 잘 쓰는 방법은 만들 때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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