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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폭락에 쌓인 폐플라스틱…"재활용품 의무 사용해야"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03 18:09

수정 2020.05.03 18:09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나비효과로 재활용품 업계까지 도산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든 폐플라스틱에 대한 공공비축을 착수하는 등 강경책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재활용품 의무 사용 법제화 등 산업 생태계 마련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쌓여있는 폐페트병
3일 환경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유가 하락으로 원유가 원재료인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polyethylene terephthalate) 신규원료 가격이 3월 기준 지난해 동기 대비 35.5% 하락했다.

신규원료 가격이 급격하게 줄면서 폐플라스틱 수집 업체는 비상이 걸렸다. 신규원료 대비 재생원료의 가격인하 폭이 작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재생원료 판매단가는 14% 하락했다. 수요처 입장에서는 가격 하락폭이 더 큰 신규원료를 살 유인이 커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전반적인 수요 하락도 문제다. 우리나라 폐플라스틱 업체는 국내 수요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으로 수출 비중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미국 등지에 대한 수출이 완전히 끊겼다"며 "폐플라스틱 수집에서 부터 압축까지 일정 경비가 드는만큼 더이상의 가격 인하도 어려운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대체제 가격 하락과 수요 부족으로 업계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4월(28일 기준) 판매된 페트병 재활용제품 1만1673톤으로 지난해 평균 판매량인 1만7606톤에 비해 2/3 수준에 불과하다. 4월 매출이 전년 대비 80% 줄었다는 게 업계측의 주장이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되면 제2의 '쓰레기 대란'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상반기 중국의 폐지 수입 거부로 민간업체들이 아파트 쓰레기 수거를 거부하자 쓰레기 대란이 발생한 바 있다.

맹성호 한국페트병재활용협회장은 "단가도 맞지 않고 수요도 사라진, 그야말로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다"며 "쓰레기 대란을 우려해 인력을 종전대로 가동하고 있지만 장기화되면 상황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폐페트병 재고만 늘고있는 처지다. 환경부에 따르면 4월 첫째주 1만8784톤의 페트병 재고 수준이 같은 달 넷째주 현재 2만2643톤으로 한달만에 약 4000톤 가량 늘어난 셈이다.

■"재활용품 의무 사용 도입해야"
정부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위해 선제적으로 초강경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지난 22일 '재활용품 수거체계 안정화 대책'을 내놓고 페트병을 비롯한 페플라스틱 공공비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고품질 재생원료로 재활용이 가능한 페트병을 중심으로 공공비축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부가가치가 높은 재생원료를 최종 수요처 등과 연계해 적체 완화뿐 아니라 저품질 중심의 재활용시장의 체절개선도 유도해나갈 방침이다.

공공비축과 함께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가격연동제를 적용키로 했다. 가격연동제는 재활용품의 가격변동이 큰 경우 민간수거업체가 공동주택에 지급하는 재활용품 매각대금(연단위 계약)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일부 업체들의 '수거 거부'를 막기위한 방침이다. 지난해 2분기 계약이 이루어진 경우 매각대금의 39.2%를 하향 조정하도록 권고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재활용품 의무 사용 등의 규제와 민간 영역의 변화 등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와 업계의 설명이다.

유럽은 2018년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을 담은 전략을 발표, 2022년부터 1회용 플라스틱을 점진적으로 퇴출하고, 2030년까지 3리터 이상 플라스틱 용기에 재생원료를 30% 이상 사용 의무화 권고하고 있다.

민간 영역에서는 바스프 등 42개 석유화학 업체가 참석한 비영리단체 AEPW가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용을 위해 1조5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마련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에서는 각각 2020년, 2022년 100% 재생원료 사용을 목표 삼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을 통해 장기적으로 재활용 업계의 체질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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